비행기를 전세 낼 뻔한 과장의 이야기 — 처음 해보는 일도 하면 된다

2026. 7. 26. 08:11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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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떨어질 때가 있다.

내가 과장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해외 거래처 VIP를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이번 행사, 전세기 띄워서 모셔와라."

전세기. 비행기를 통째로 빌리는 것이다.

당시 나는 그런 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디에 전화해야 하는지, 얼마나 드는지,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아무것도 몰랐다. 부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팀 전체가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어쩌겠나. 해야 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가장 먼저 한 건 전화였다.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서 "전세기 문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담당 부서로 연결됐다. 처음 듣는 용어들이 쏟아졌지만, 모르는 건 그 자리에서 물어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죠?"

"그 부분은 어떻게 진행하는 건가요?"

"혹시 이런 경우엔 어떻게 됩니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창피할 때가 있다. 특히 회사에서, 과장 직함을 달고 있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그때 나는 체면보다 일이 중요하다는 걸 선택했다. 모르면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항공사 담당자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필요한 서류, 일정, 비용 구조, 주의사항. 메모하면서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하나씩 해나갔다. 며칠에 걸쳐 서류를 준비하고, 비용을 협의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결국 됐다.


당일, 공항에서 생긴 일

행사 당일 공항에 나갔다. 전세기 탑승 수속을 처음부터 현장에서 챙겨야 했다. 예상대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서류 하나가 빠져 있었다. 담당자가 당황한 얼굴로 달려왔다. "과장님, 이거 없으면 출발이 늦어집니다."

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회사로 전화해서 서류를 팩스로 받을 수 있는가. 현장에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담당 기관에 직접 확인 요청을 할 수 있는가.

세 가지를 동시에 진행했다. 팀원 한 명은 회사에 전화해서 서류를 처리하도록 했고, 나는 공항 담당자와 직접 협의했다. 결국 서류는 출발 전에 해결됐다.

비행기는 예정 시간에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팀원이 말했다. "과장님, 아까 진짜 식겁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게 하셨어요?"

침착했던 게 아니었다. 속으로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당황하는 걸 겉으로 보이면 팀 전체가 패닉이 된다. 그래서 일단 침착한 척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의 공통점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처음 해보는 일이 그렇게 많았다. 전세기 수배가 그랬고, 갑자기 맡은 해외 출장이 그랬고, 처음 부하 직원을 데리고 팀장이 됐을 때가 그랬다.

그 경험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처음 해보는 일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다. 처음엔 막막하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일단 첫 번째 행동을 하면 다음이 보인다. 전화 한 통을 하면, 그 통화에서 다음 해야 할 일이 나온다. 그걸 하면 또 다음이 나온다.

막막함은 시작하기 전에 가장 크다. 시작하고 나면 하나씩 해결된다.


사람을 빚진 심리로 만드는 기술

그날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VIP 손님들이 만족했다. 상사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 것에서 더 큰 배움을 얻었다. 행사 과정에서 만난 항공사 담당자, 공항 직원, 현지 관계자들과의 관계였다.

나는 일이 잘 진행될 때 상대방에게 감사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잘 됐습니다", "정말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빛났습니다." 이런 말들을 진심으로 했다.

그러자 묘한 일이 생겼다. 서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담당자가 규정 안에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애를 써줬다. 나중에 비슷한 행사를 또 진행할 때, 그 담당자가 먼저 연락해서 도움을 줬다.

책에서 나는 이것을 "상대방을 기꺼이 빚진 심리로 만드는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진심 어린 감사는 상대방 마음에 '이 사람을 위해 더 해주고 싶다'는 감정을 만든다. 그게 결국 일을 더 잘 되게 한다.

강요나 압박이 아니다. 진심이 열쇠다.


직장 경험이 캠핑장에서 살아난다

퇴직하고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그 시절의 경험들이 의외의 곳에서 살아나는 걸 느낀다.

처음 보는 기계가 고장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일단 유튜브를 찾는 것.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 문제가 생겼을 때 패닉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따지는 것.

이건 다 직장에서 익힌 것들이다. 처음 해보는 일을 해내면서 만들어진 근육들이다.

그 근육은 퇴직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이 쌓아온 것을 믿어라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퇴직을 앞두거나 이미 퇴직한 분들이 계실 것이다. 혹은 지금 직장에서 처음 해보는 일을 맡아 막막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돌아보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낸 적이 몇 번이나 되는가.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일이 결국 됐던 적이 몇 번이나 되는가.

아마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그것들이 당신의 능력이다. 직함이 사라져도, 회사를 나와도, 그 능력은 당신 안에 남아 있다.

처음 해보는 일은 언제나 막막하다. 그래도 된다. 일단 첫 번째 행동을 하면 된다. 그러면 다음이 보인다.

비행기 전세는 그렇게 됐다. 캠핑장 IoT 설치도 그렇게 됐다. 유튜브 채널도, ChatGPT 대본도, 사자성어 게임도 전부 그랬다.

처음 해보는 일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하는 사람이, 결국 해내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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