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을 남기는 마음 — 모든 것을 다 가지지 않는 삶의 철학

2026. 7. 26. 08:24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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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한쪽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다.

가을이 되면 감이 붉게 익는다. 보기 좋고, 먹으면 달다. 첫 해에는 다 따서 먹었다. 감 따기가 생각보다 힘들어서 끙끙거리며 올라가서, 닿지 않는 위쪽 것들은 장대로 쳐서 떨어뜨렸다. 그렇게 한 알도 빠짐없이 다 챙겼다.

그 이듬해 겨울이었다. 캠핑장을 손보다가 감나무 위를 올려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예전엔 까치들이 겨울에도 와서 나뭇가지 사이에 앉아 있곤 했는데, 그해 겨울엔 한 마리도 오지 않았다.

그제야 생각났다. 까치밥.


까치밥이라는 오래된 지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감을 딸 때 꼭대기에 몇 개를 남겨뒀다. 겨울에 먹을 것이 없는 새들을 위해서였다. 그 남겨둔 감을 까치밥이라고 불렀다.

다 갖지 않는 것. 나누기 위해 일부를 남겨두는 것. 그 오래된 풍습이 참 지혜롭다는 걸, 까치가 오지 않던 그 겨울에야 제대로 실감했다.

다음 해 가을엔 꼭대기 감 몇 개를 남겼다. 닿지 않는 위쪽에 붉은 감 대여섯 개가 겨울 내내 매달려 있었다. 12월이 되자 까치가 왔다. 한 마리, 두 마리. 나뭇가지 위에서 까작까작 울며 감을 쪼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잃은 건 감 몇 개였다. 내가 얻은 건 그 장면이었다.


다 가지려 할 때 잃는 것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 가지려 한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확실하게.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욕구다.

하지만 다 가지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봤다. 공을 혼자 독차지하려다가 팀원들의 마음을 잃은 사람.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혼자 쥐고 있다가, 정작 위기 때 혼자 남겨진 사람. 모든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다가, 기회를 나눠줬으면 생겼을 더 큰 신뢰를 만들지 못한 사람.

반대로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있다. 공을 팀에게 돌리는 사람. 자기가 아는 것을 먼저 알려주는 사람. 기회가 왔을 때 더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 주변엔 항상 사람이 모였다. 그리고 결국 더 많은 것이 그 사람에게 돌아왔다.

까치밥의 원리가 사람 사이에서도 작동한다.


캠핑장에서 배운 나눔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한번은 근처 캠핑장 사장이 찾아왔다. 경쟁자였다. 처음엔 경계심이 생겼다. 그런데 와보니 자기 캠핑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전기 설비를 어떻게 했는지, 예약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망설여졌다. 알려주면 경쟁이 더 세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결국 알려줬다. 내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방법들을, 숨기지 않고 말해줬다. 그 사장이 고마워하며 돌아갔다.

몇 달 뒤, 우리 캠핑장이 만원인 주말에 그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기 캠핑장에 빈자리가 있으니, 받지 못하는 손님을 자기한테 보내라고. 그렇게 서로 손님을 소개해주는 관계가 됐다. 경쟁자가 협력자가 된 것이다.

숨겼으면 그 관계는 없었다.


까치밥과 블로그

이 이야기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힘들게 배운 것,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방법, 실패하면서 얻은 교훈. 이것들을 블로그에 쓰는 행위는 까치밥을 남기는 것과 비슷하다.

"이걸 알려주면 나의 경쟁력이 줄어드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경험상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것을 나눌수록, 더 많은 것이 돌아왔다. 정보를 공유했더니 더 좋은 정보가 댓글로 달렸다. 경험을 솔직하게 썼더니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하며 모였다.

나눔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나는 꽤 오래 "더 많이"를 쫓았다. 더 높은 직위, 더 많은 성과, 더 좋은 평가. 그게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것만 보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생겼다.

퇴직하고 캠핑장을 열고 나서 조금 달라졌다. 손님이 열 팀 왔는데 아홉 팀이 만족하면, 한 팀의 불만이 그날 전체를 지우지 않도록 마음을 훈련했다. 감을 다 따지 않아도, 남은 것이 새를 부른다는 걸 배웠다. 경쟁자에게 내 노하우를 나눠줬더니, 협력자가 됐다.

다 가지지 않아도 된다. 아니, 다 가지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남는다.

까치밥은 감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더 풍요로운 겨울을 만드는 지혜다.


오늘 당신의 까치밥은 무엇인가

이 글을 읽는 분께 하나 물어보고 싶다.

오늘 당신이 조금 양보하거나,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꼭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동료에게 내가 먼저 찾아낸 정보를 알려주는 것. 이웃에게 텃밭에서 키운 채소 몇 개를 건네는 것. 아는 것을 블로그에 솔직하게 쓰는 것.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당신의 까치밥이다.

까치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겨울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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