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25. 14:10ㆍ카테고리 없음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꽃다발을 살까, 케이크를 살까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아내 이름을 넣고, 우리 이야기를 담은 노래. 세상에 하나뿐인 생일 축하 노래.
문제는 나는 악보를 못 읽는다는 것이다. 음정도 영 자신이 없다. 악기도 다룰 줄 모른다. 평생 노래는 듣는 사람이었지, 만드는 사람이 된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때 떠오른 게 SUNO였다.
SUNO가 뭔가
SUNO는 AI 작곡 서비스다. 사용자가 가사와 음악 스타일을 입력하면, AI가 직접 노래를 만들어준다. 멜로디도 만들고, 편곡도 하고, 심지어 노래까지 불러준다. 전문 뮤지션이 아니어도, 악보를 몰라도, 악기를 못 다뤄도 된다. 그냥 글자만 입력하면 된다.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그게 말이 되나? 글만 입력하면 노래가 나온다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믿기 어려웠다.
처음 써본 날
suno.com에 접속했다. 가입하고 나니 'Create'라는 버튼이 있었다. 눌렀더니 입력창이 나왔다.
두 가지를 입력해야 했다. 하나는 가사(Lyrics), 하나는 스타일(Style of Music)이었다.
가사는 내가 직접 쓰기로 했다. 아내 이름, 제천에서의 우리 삶, 캠핑장의 새벽 공기, 함께 먹던 된장찌개. 떠오르는 것들을 엮어서 네 줄짜리 짧은 가사를 만들었다. 시인처럼 멋지진 않았지만, 진심이 담겼다.
스타일은 "Korean ballad, warm, acoustic guitar"라고 입력했다. 한국 발라드, 따뜻한 느낌,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생성 버튼을 눌렀다.
약 1분이 지났다. 화면에 재생 버튼이 생겼다.
버튼을 눌렀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의 느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놀라서 멍했다.
내가 쓴 가사가 노래가 되어 나왔다. 멜로디가 있었다. 반주가 있었다. 목소리가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다. 발음이 어색한 부분도 있었고, 멜로디가 내 상상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노래'였다. 내가 쓴 가사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노래였다.
한 번 더 생성해봤다. 같은 가사와 스타일인데 전혀 다른 멜로디가 나왔다. SUNO는 매번 다른 버전을 만들어준다. 마음에 드는 버전을 고르면 된다.
세 번쯤 생성하고 나서 마음에 드는 버전을 골랐다. 파일로 다운로드했다. 아내 생일 아침에 스피커로 틀었다.
아내가 뭔지 몰라서 듣다가, 자기 이름이 나오는 순간 눈이 커졌다. "이거 뭐야?" "내가 만든 노래." "당신이?" "응. AI랑 같이."
그날 받은 꽃다발보다, 그 노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아내가 했다.
SUNO 활용법 — 이렇게 하면 된다
가사 입력 팁
가사를 영어로 입력하면 결과가 더 자연스럽다. 한국어로 입력해도 되지만, AI가 한국어 발음을 처리하는 데 아직 한계가 있다. 한국어 가사를 쓰고 싶다면, ChatGPT에게 한국어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달라고 한 뒤 그 영어 가사를 SUNO에 넣는 방법이 있다. 또는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넣고 여러 번 생성해보면서 발음이 잘 살아나는 버전을 고르면 된다.
스타일 입력 팁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쓸수록 결과가 만족스럽다. "happy song"보다 "upbeat Korean folk, acoustic guitar, female vocal, cheerful"처럼 세부적으로 적는 게 좋다. 장르, 악기, 보컬 성별, 분위기를 함께 써주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여러 번 생성하기
같은 입력이라도 매번 결과가 다르다. 한두 번만 해보고 포기하지 말자. 다섯 번, 열 번 해보면 마음에 드는 버전이 나온다. 무료 플랜도 어느 정도 생성 횟수를 제공한다.
SUNO로 만든 것들
아내 생일 노래가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이런 것들을 만들었다.
캠핑장 소개 노래를 만들었다. 제천의 풍경, 새벽 공기, 모닥불 냄새를 가사로 담았다. 유튜브 채널 인트로 음악으로 쓰고 있다.
손자 생일 때도 만들었다. 손자 이름을 넣고, 좋아하는 공룡과 로봇을 가사에 넣었다. 신나는 동요풍으로 요청했더니 아이가 좋아할 만한 노래가 나왔다. 손자가 자기 이름이 나오는 노래라고 몇 번이고 다시 틀어달라고 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강의를 할 때도 썼다. "오늘 배운 것"을 가사로 만들어서 강의 마지막에 틀어드렸더니, 기억에 더 잘 남는다고들 하셨다.
악보를 못 읽어도 되는 시대
나는 악보를 읽을 줄 모른다.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 음정이 좋지도 않다. 하지만 이제 노래를 만들 수 있다.
이게 AI 시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특정 기술이나 훈련이 있어야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되는 것.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가 낮아지는 것.
물론 전문 작곡가가 만든 음악과 SUNO가 만든 음악은 다르다. 깊이가 다르고, 감성이 다르고, 완성도가 다르다. 하지만 "아내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는 목적에는, SUNO로 충분하다.
도구가 좋아진다는 건, 더 많은 사람이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사람이 AI 그림 도구로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할 수 있게 되고, 작곡을 못 했던 사람이 SUNO로 노래를 만들 수 있게 되고, 글을 잘 못 쓰던 사람이 ChatGPT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있게 된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제 도구가 그 마음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한번 만들어보자
SUNO는 지금 suno.com에서 무료로 쓸 수 있다. 구글 계정이나 이메일로 가입하면 된다.
오늘 당장 가족에게 줄 노래 하나를 만들어보자. 생일이 아니어도 된다. "엄마, 고마워요"라는 제목으로 짧은 가사를 써서 입력해보자. 어떤 노래가 나올지 모르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노래임은 분명하다.
나는 악보를 못 읽는다. 하지만 노래를 만든다.
당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