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26. 08:26ㆍ카테고리 없음
유튜브 채널을 만든 지 1년이 지났다.
구독자는 303명이다.
유튜브에서 303명은 많은 숫자가 아니다. 수십만,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303명은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아직도 구독자가 그것밖에 안 돼요?" 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이 숫자가 자랑스럽다. 왜 그런지, 1년을 돌아보면서 솔직하게 써보려 한다.
왜 유튜브를 시작했나
처음 유튜브 채널을 만든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배운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ChatGPT를 처음 써본 날, SUNO로 노래를 만든 날, IoT로 캠핑장 전등을 제어한 날. 이런 것들을 나 혼자 알고 끝내기가 아까웠다.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았으면 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들한테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아버지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중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카메라 앞에 처음 앉던 날이 생각난다. 몇 번을 찍고 지웠다. 목소리가 어색했고, 표정이 굳어 있었고, 뭘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 첫 영상을 올리는 데 사흘이 걸렸다.
처음 1개월 — 아무도 보지 않았다
첫 영상을 올리고 나서 조회수를 새로고침하며 확인했다. 3회, 5회, 7회. 대부분 내가 직접 본 것이었다.
댓글이 하나 달렸다. 아내였다. "영상 잘 나왔어요." 그게 전부였다.
낙담했냐고? 조금은 그랬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든 감정이 있었다. '계속 해보자.'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기록은 남는다고 생각했다. 10년 뒤에 내가 다시 볼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올렸다. 일주일에 한 편씩을 목표로 했다.
변화는 조용히 왔다
3개월쯤 됐을 때,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의 댓글이 달렸다.
"저도 60대인데, 이런 거 배울 수 있을지 몰랐는데 용기가 생겼어요."
그 댓글을 읽고 한참 화면을 바라봤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누군가가, 내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구독자가 몇 명이든 이 한 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댓글들이 달렸다.
"아버지한테 보여드렸더니 '나도 해볼 수 있겠다' 하셨어요."
"ChatGPT 처음 쓰는 법 이 영상으로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에 캠핑장 IoT 저도 도전해봤어요."
숫자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쌓이고 있었다.
1년 동안 배운 것들
유튜브를 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배운 것들이 있다.
편집을 배웠다. 처음엔 촬영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영상 편집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몰랐다. 클립을 자르고, 자막을 달고, 배경음악을 넣고, 썸네일을 만들고. 처음엔 한 영상을 편집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이제는 두 시간이면 된다.
말하는 법을 배웠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평소에 하는 말을 카메라 앞에서 하면 갑자기 어색해진다. 수십 번 찍고 지우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지금도 완벽하지 않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꾸준함이 무엇인지 배웠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은 날에도 올렸다. 조회수가 한 자리인 영상이 있어도 계속했다. 그 꾸준함이 1년이 되고, 303명이 됐다.
303명이 자랑스러운 이유
303명의 구독자 중에 내가 아는 분들이 꽤 있다.
동네 어르신 강의에서 만난 분들이 구독해주셨다. 캠핑장을 찾은 손님 중에 구독해준 분들이 있다. 가족과 지인들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분들이다.
모르는 사람 한 명이 내 채널을 찾아와 구독을 누른다는 건, 그분이 내 영상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는 뜻이다. 알고리즘에 떠밀려 온 게 아니라, 직접 판단해서 구독을 누른 것이다. 그 한 명 한 명이 진짜다.
100만 구독자 채널의 구독자와 303명 채널의 구독자는 숫자가 다르지, 그 한 명의 가치가 다른 게 아니다.
조회수보다 중요한 것
유튜브를 1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조회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어떤 영상이 알고리즘에 걸려서 퍼질지, 어떤 영상이 묻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열심히 만든 영상이 조회수 10이고, 별 기대 없이 올린 영상이 조회수 1,000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오늘도 올리느냐, 안 올리느냐. 솔직하게 쓰느냐, 보여주기 위해 꾸미느냐. 배운 것을 진심으로 나누느냐, 그냥 형식적으로 채우느냐.
그 선택이 쌓이면 채널이 된다. 조회수가 아니라 그 선택들의 합이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2년째가 시작됐다
유튜브 채널 1주년이 된 날, 짧은 영상을 올렸다. "1년이 됐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구독자 303명이라고. 조회수가 높지 않다고. 그래도 계속할 것이라고.
그 영상에 댓글이 달렸다.
"사장님 채널 처음부터 봤는데, 영상마다 조금씩 나아지시는 게 보여요. 응원합니다."
"저도 은퇴하고 뭔가 해보고 싶었는데, 이 영상 보고 유튜브 시작해보려고요."
"구독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사장님 채널이 가르쳐줬어요."
그 댓글들을 읽으면서 2년째를 시작했다.
목표는 여전히 같다. 오늘 배운 것을 오늘 나누는 것. 어제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쓰는 것. 카메라 앞에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
303명이 304명이 되는 날도 올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늘도 영상 하나를 만들 것이다.
인생이라는 무대의 막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