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머니의 스마트폰 선생님이 된 캠핑장 사장 — 배운 것을 나누는 기쁨

2026. 7. 26. 08:25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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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한 번만 도와드리려고 했다.

캠핑장 근처에 사시는 칠순 할머니가 어느 날 찾아오셨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계셨는데, 표정이 난처해 보였다. "저기, 이거 좀 봐줄 수 있어요? 아들이 사줬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카카오톡이었다. 아들이 설치는 해줬는데, 어떻게 메시지를 보내는지 모르신다고 했다. 잠깐이면 될 것 같았다. 옆에 앉아서 알려드렸다. 문자 입력하는 법, 사진 보내는 법, 받은 메시지 확인하는 법.

할머니가 처음으로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아 잘있냐 엄마다." 띄어쓰기도 없고 맞춤법도 엉망이었지만, 할머니는 그 화면을 보면서 눈가를 훔치셨다.

"고맙습니다. 이제 아들이랑 연락할 수 있겠네요."

그날 이후 내 삶이 조금 달라졌다.


소문은 빠르다

할머니가 다음 날 또 오셨다. 이번엔 유튜브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 트로트 노래를 찾고 싶다고.

그다음 주엔 다른 분이 오셨다. 할머니 친구분이었다. "우리 친구가 그러는데, 여기 사장님이 스마트폰 잘 가르쳐준다고요."

그다음 주엔 세 분이 같이 오셨다.

나는 캠핑장 사장인데, 어느 순간 스마트폰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캠핑장 한쪽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겼다.


가르치면서 배운 것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는 이해했는데, 직접 가르쳐보고 나서야 그 말이 진짜라는 걸 알았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치다 보면, 내가 당연하게 쓰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새로고침이 된다는 것, 글자를 꾹 누르면 복사가 된다는 것, 앱을 오래 누르면 삭제할 수 있다는 것. 이것들을 나는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도 모르게 익혔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직관적이지 않다.

설명하려고 하면 먼저 내가 이해해야 한다. "왜 그렇게 되는 거지?"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질문이 때로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 좋은 질문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다시 의문을 갖게 됐다.


정식 강의가 됐다

개인적으로 도와드리다 보니, 어느 날 마을 이장님이 찾아오셨다.

"사장님, 마을 어르신들한테 스마트폰 강의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다들 배우고 싶어 하시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서요."

잠시 망설였다. 나는 전문 강사가 아니다. IT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전문가보다 나 같은 사람이 오히려 어울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이 낯설었으니까. 어떤 게 어렵고 어떤 게 헷갈리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마을 회관에서 한 달에 두 번, 어르신 스마트폰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라고 해봤자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같이 해보는 것이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셨다.


잊지 못하는 장면들

강의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일흔여섯이신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다. 손이 많이 떨리셔서 화면을 누르는 게 힘드셨다. 글자 입력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음성 입력 기능을 알려드렸더니 눈이 커지셨다. 말로 하면 글자가 나온다는 것을. 그 이후로 그 할아버지는 음성으로 손자에게 문자를 보내게 됐다.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음성으로 입력하면 문자가 완성됐다.

그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게 되는 줄 알았으면 진작 배웠을 텐데."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는 영상 통화를 배우셨다. 서울 사는 딸과 영상 통화를 처음 연결했을 때, 화면에 딸 얼굴이 뜨자마자 "아이고, 우리 딸" 하시며 화면을 손으로 쓰다듬으셨다. 그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배운 것을 나누면 생기는 것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내 배움의 방식도 바뀌었다.

예전엔 "이거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것만 배웠다. 이제는 "이거 어르신들한테 가르쳐드릴 수 있겠다" 싶은 것도 배운다. 대상이 생기니 배우는 이유가 더 선명해졌다.

나 혼자 아는 것과,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아는 것은 다르다. 설명하려면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나누기 위해 배우면, 결과적으로 나도 더 많이 배우게 된다.

그리고 가르치는 것이 주는 기쁨이 있다. 어르신이 처음으로 영상 통화를 연결하는 순간, 처음으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순간, 처음으로 유튜브에서 원하는 노래를 찾는 순간. 그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볼 때의 기쁨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동네 디지털 선생님

지금 나는 동네에서 '스마트폰 잘 가르쳐주는 캠핑장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거창한 타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역할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내가 배운 것이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든다는 것. 멀리 있는 자식과 더 쉽게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 손자와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보고 싶은 노래를 언제든 찾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기술이 삶을 바꾸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자리가 바로 이 강의 테이블이다.

배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고, 나누고, 또 배우는 것이다. 그 순환이 멈추지 않는 한, 나이는 진짜로 숫자에 불과하다.

오늘도 할머니 한 분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뭔지 물어보셨다. 나도 사실 잘 모른다. 같이 찾아보기로 했다.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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