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양수기를 고치고 창고를 지으며 배운 것 — 손재주는 나이와 상관없다

2026. 7. 25. 14:03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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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수기가 고장났다.

소리는 나는데 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손님들이 세면장을 쓰러 가기 전에 고쳐야 했다. 가장 먼저 한 건 수리 기사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곳에 전화했더니 "오늘은 어렵고 내일 아침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내일 아침이면 늦는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유튜브를 켰다. '양수기 물 안 나올 때 원인'을 검색했다. 영상이 여러 개 나왔다. 영상을 틀고, 잠시 멈추고, 실제 양수기를 들여다보고, 다시 영상을 보고. 그렇게 한 시간 반을 씨름했다. 원인은 임펠러 쪽 이물질이었다. 분해하고, 청소하고, 다시 조립했다.

물이 올라왔다.

그 순간 느낀 것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원래 손으로 뭔가를 고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30년 넘는 직장 생활 동안 내가 한 일은 주로 사람과 대화하고, 기획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다. 집에서 전구가 나가도 관리실에 전화했고, 형광등을 갈 때도 아내에게 "이것 좀 봐줘" 하는 타입이었다.

그랬던 내가 캠핑장 사장이 됐다.

캠핑장 사장은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물이 새면 고쳐야 하고, 전기가 나가면 점검해야 하고, 바닥이 꺼지면 다시 채워야 한다. 처음 몇 달간은 전부 전문가를 불렀다. 그러다 어느 날 통장을 들여다보니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보였다. 전문가들이 고치는 걸 옆에서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먼저 유튜브로 배우고, 직접 해보자.


유튜브는 최고의 스승이었다

유튜브는 정말 대단한 교육 플랫폼이다. 전기 배선, 배관, 목공, 용접, IoT, 심지어 창고 짓는 법까지 없는 게 없다. 그리고 영상이라 좋은 점은,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선생님이 설명하면 한 번 놓치면 끝이지만, 유튜브는 이해가 될 때까지 몇 번이든 다시 볼 수 있다.

나는 배우는 방식을 만들었다.

먼저 관련 영상을 두세 개 본다. 여러 사람이 설명하는 걸 비교하면 핵심이 보인다. 그다음 모르는 용어는 따로 검색해서 정리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본다. 안 되면 다시 영상을 본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처음엔 하루가 꼬박 걸리던 일이 나중엔 한두 시간이면 됐다. 그리고 비슷한 유형의 고장은 영상 없이도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창고를 직접 지은 날

캠핑장에 창고가 필요했다. 장비를 보관하고, 공구를 정리하고, 겨울에 수도관 보온재를 넣어둘 공간이었다. 견적을 받았더니 꽤 나왔다. "이거 내가 직접 지으면 어떨까?"

아내는 말렸다. "당신이 무슨 창고를 지어요." 솔직히 나도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유튜브에 '소형 창고 짓기'를 검색해보니, 영상이 수십 개나 나왔다. 직접 지은 사람들의 영상을 보니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자재 목록을 뽑고, 철물점에 갔다. 각파이프, 연결 철물, 지붕 판넬, 나사. 점원에게 물어가며 필요한 것들을 골랐다. 처음엔 용어도 몰라 헤맸다. "각파이프 40×40 두께 2.0짜리 3미터로 열 개 주세요"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며칠에 걸쳐 기초를 잡고, 골조를 올리고, 지붕을 덮었다. 혼자서는 무거워서 못 드는 것들은 동네 지인 한 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완성됐을 때, 튼튼하진 않더라도 서 있었다. 비도 막아줬다. 내가 지은 창고였다.

그날 저녁 아내가 창고 앞에 서서 말했다. "진짜로 다 지었네."


손재주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이 경험들을 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게 있다.

손재주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처음에 양수기를 분해할 때는 손이 떨렸다. 잘못 건드리면 더 망가질까 봐 겁났다. 하지만 두 번째 고칠 때는 덜 떨렸고, 세 번째엔 자연스러워졌다. 용접도 마찬가지였고, 창고 짓기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손재주가 있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처음엔 다 서툴렀다. 그냥 더 일찍 시작했거나, 더 많이 반복했을 뿐이다.

나이가 들면 처음 시도에 두려움이 더 커진다. 실패가 창피할 것 같고, 잘 못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비효율 같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 시작하면, 나이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 아니다.


배움의 경제학

직접 수리하고 직접 만들면서 생긴 효과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연히 비용 절감이다. 웬만한 고장은 직접 해결하게 되면서, 수리비가 크게 줄었다. 그 돈으로 더 좋은 자재를 사고, 더 좋은 캠핑 장비를 갖췄다.

두 번째는 더 중요한 것인데, 캠핑장 전체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고쳐봤으니, 어느 부분이 약한지, 어느 부분이 잘 고장 나는지, 어느 시기에 점검이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이건 전문가를 부를 때는 절대 생기지 않는 지식이다.


세상이 나에게 딱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

책의 첫 챕터 제목이 "세상은 나에게 딱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이다.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나이가 들고, 캠핑장을 운영하고, 유튜브로 배우고, 직접 고치고 만들면서 그 뜻을 알게 됐다.

내가 필요한 걸 배울 수 있는 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내가 필요한 자재를 파는 철물점이 근처에 있다.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인터넷에 있다. 내가 실수한 걸 도와줄 이웃이 있다.

세상은 정말로, 배우려는 사람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시작하느냐 마느냐다.

나는 예순이 넘어 양수기를 고쳤고, 창고를 지었고, 용접을 배웠다. 다음엔 뭘 배울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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