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25. 14:05ㆍ카테고리 없음

나는 평생 문과였다.
숫자보다 글이 편했고, 기계보다 사람이 익숙했다. 학창 시절엔 기술 시간에 뭘 만들어야 할 때마다 머리가 멍해졌다. 사회에 나와서도 손으로 뭔가를 고치거나 만드는 일은 늘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전구 하나를 갈아 끼우는 것도, 집에서 못 하나 박는 것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 내가, 예순이 넘어서 용접을 배웠다.
처음 용접 기계 앞에 섰을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마스크를 쓰고 전원을 켜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불꽃이 튀고, 쇳물이 흐르고, 타는 냄새가 났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싶었다. 환갑이 넘은 사람이 용접이라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며칠 만에, 나는 용접을 할 수 있게 됐다.
용접을 배우게 된 계기
캠핑장을 운영하다 보면 고쳐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생긴다. 울타리가 무너지고, 철제 구조물이 녹슬어 헐거워지고, 텐트 데크가 삐걱거린다. 처음엔 전부 전문가를 불렀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이 됐지만, 그때마다 출장비에 공임비가 붙었다. 돈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왜 나는 이걸 못 하지?"
그 질문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전문가가 와서 작업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사실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결심했다. "한번 배워보자."
주변에 용접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직업훈련원에 문의했더니 단기 과정이 있었다. 수강생 중에 나이가 가장 많았다. 강사도 약간 놀란 눈치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배우러 온 거니까.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첫날은 이론이었다. 아크 용접, 미그 용접, 전류 세기, 모재 두께에 따른 설정값... 용어부터 낯설었다. 옆자리의 20대 수강생은 뭔가 이미 아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받아 적기도 버거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집에 와서 노트를 정리하고, 유튜브로 보충 영상을 찾아봤다. 모르는 용어는 검색했다. 다음날 강사에게 질문했다. 강사는 처음엔 조금 귀찮아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진지하게 배우려 한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더 열심히 알려줬다.
실습이 시작되고 처음 용접봉을 잡았을 때, 손이 떨렸다. 아크가 튀면서 빛이 번쩍이고, 쇠가 녹아내리는 걸 보면서 온몸이 긴장됐다. 비드가 뭔가 이상했다. 구불구불하고 군데군데 끊겼다. 강사가 와서 봤다. "다시 해보세요."
다시 했다. 또 이상했다. 또 다시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 순간 비드가 일자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비드가 반듯하게 붙었을 때의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쁨이기도 했고, 놀라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감각이 온몸을 훑었다. 60년 넘게 살면서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과정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무너진 철제 울타리를 꺼내왔다. 용접 기계를 세팅하고, 마스크를 쓰고, 전원을 켰다. 아내가 옆에서 조마조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불꽃이 튀었다.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비드가 붙었다.
다 끝나고 마스크를 벗으니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엔 뭐 배울 거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문과 출신도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더니, 놀랍게도 반응이 컸다. 특히 50대, 60대 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셨다. "저도 뭔가 배우고 싶었는데 나이가 걸렸어요." "문과라서 기계는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 보고 용기 얻었어요."
그 댓글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짓는 것들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인가.
문과라서 기계를 못 한다고? 60대라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없다고?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물론 처음엔 느리다. 20대처럼 빠르게 손에 익지는 않는다. 두 배, 세 배는 더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불가능한 게 아니라 조금 더 걸릴 뿐이다.
도전하는 자에게 열리는 문
책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도전하는 자에게 열리는 문이 있다."
직접 겪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용접을 배우고 나서 캠핑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었다. 고장 난 것을 직접 고치게 됐고,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게 됐다. 비용이 줄었고, 무엇보다 뿌듯함이 생겼다. 그리고 그 성취감이 다음 배움으로 이어졌다. 용접을 배우고 나니 IoT가 궁금해졌고, IoT를 배우고 나니 AI가 궁금해졌다.
배움은 배움을 부른다.
한 가지를 배우는 데 성공하면, 그다음 것을 배울 때 이미 알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도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나는 이런 것엔 소질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것 같다.
한 번만 물어보자. 그게 진짜 소질의 문제인가, 아니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인가.
나는 예순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용접기를 잡아봤다. 평생 문과였고, 손재주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웠다. 할 수 있게 됐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단지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