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29. 15:22ㆍ카테고리 없음

퇴직 후 캠핑장을 운영하며 겪은 일입니다. 어느 조용한 평일 밤, 들고양이들을 쫓아내던 내가 한 새끼 고양이로 인해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캠핑장 운영과 길고양이, 달갑지 않은 동거
퇴직 후 시작한 캠핑장 운영은 내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다. 자연 속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그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보람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주말이면 캠핑장 곳곳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그 냄새에 이끌린 길고양이들이 자주 안으로 들어왔다. 손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어린아이들은 신기해했지만, 불쾌해하는 분도 있었고, 두려워하는 분도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현실. 나는 늘 조심스러운 줄타기를 해야 했다.
평일 밤, 바위틈에서 들려온 울음소리
그러던 어느 평일 밤이었다. 손님이 없는 고요한 밤, 어둠 속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소리는 달랐다. 애절하고 간절했으며, 무엇보다 어린아이처럼 연약했다.
손전등을 들고 소리를 따라갔다. 가까이 다가가면 소리가 멈추고, 돌아서면 다시 울었다. 몇 번을 반복한 끝에 나무 옆 바위틈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작은 생명이 웅크리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였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듯한 작은 고양이는 손전등 불빛에도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뼈만 앙상하고, 털은 푸석푸석했다. 며칠을 굶은 게 분명했다. 그 작은 몸에서 그토록 큰 울음소리가 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고등어자반에서 시작된 인연
나는 서둘러 냉장고를 뒤졌다. 마침 고등어자반이 있었다. 급히 살을 발라 가져다주었다. 새끼 고양이는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작은 입으로 허겁지겁 삼키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다음 날 마을로 내려가 고양이 사료를 샀다. 돌아와보니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털에 윤기가 생기고,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내가 나타나면 반가워했다. 발에 몸을 비비고, 가르랑거리며 재롱을 피웠다. 밥을 줄 때면 특이한 소리를 냈다. '끼룩끼룩'. 고양이라기보다는 작은 새 같은 그 소리가 나는 좋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새끼 고양이 생각이 났다. 며칠 사이에 깊은 정이 들었다.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내린 결정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주말이면 손님들이 오고, 캠핑장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다행히 동네 어르신을 돌보러 오시는 요양보호사님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셨다. 혼자 사시면서 반려동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망설이다가 결국 보내기로 했다. 따뜻한 집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새끼 고양이를 상자에 넣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고양이는 내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고, 나 또한 차마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상자를 닫았다.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이게 맞는 선택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몇 주 후 들은 말, "집을 나가버렸어요"
몇 주가 지나 요양보호사님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고양이 잘 키우고 계세요?"
돌아온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가져간 다음 날 고양이가 집을 나가버렸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작은 몸으로 어디로 간 걸까. 낯선 환경에 겁을 먹고 도망친 걸까. 아니면 나를 찾아 나선 걸까.
차라리 내 곁에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손님들 눈치를 보면서라도 돌봤더라면.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도 귀에 맴도는 '끼룩끼룩'
캠핑장은 다시 적막해졌다. 나무 옆 바위틈을 지날 때마다 웅크리고 있던 작은 고양이가 떠오른다. 바람 소리에도, 새소리에도 문득문득 그 소리가 섞여 들리는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그곳을 들여다본다. 혹시 다시 돌아온 건 아닐지 하는 기대로.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귀여워하고 아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이고, 선택이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다.
캠핑장에는 여전히 들고양이들이 찾아온다. 나는 여전히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을 쫓아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대한다.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 중 어떤 고양이가 내가 돌봤던 그 새끼 고양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밤이 깊어지면 나는 여전히 귀를 기울인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 그 특이한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새끼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직 살아있을까. 다른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보살핌을 받고 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며칠의 짧은 만남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생명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캠핑장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그 작은 생명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