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 연탄보일러를 놓던 날 — 고등학생이 배운 삶의 진리

2026. 7. 28. 19:0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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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 연탄보일러를 놓던 날

어머니에게 배운 관찰력

나의 어머니는 눈썰미가 좋은 분이셨다. 주변의 작은 일도 놓치지 않고 유심히 살피셨다. 그 점을 이어받았는지 나도 그런 편이었다. 어떤 일이든 한 번 보면 그 원리와 방법을 파악하려 애쓰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아버지는 지리산 공비 토벌 작전에서 다치신 국가유공자로, 몸도 불편하시고 손재주도 없으신 편이었다. 그래서 집안의 크고 작은 수선일은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내 몫이 되었다.

  •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어 지붕을 수리해야 했고
  • 문짝이 삐걱거리면 경첩을 고쳐야 했으며
  • 벽에 금이 가면 시멘트를 발라야 했다

남의 손을 빌릴 형편이 안 됐기에, 어머니와 나는 직접 부딪히며 배워 나갔다. 그 과정에서 관찰력과 손기술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처음으로 보일러를 직접 설치하다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우리 집 안방에 보일러를 설치하게 되었다. 동네 보일러 기사를 불러 공사를 진행했는데, 어머니와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구들장을 어떻게 놓는지, 방의 수평을 어떻게 맞추는지, 보일러의 에어를 어떻게 빼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눈에 담았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다음에는 우리가 직접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관찰을 더욱 진지하게 만들었다.

얼마 후 작은 방과 세를 놓은 방에도 보일러를 설치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기사를 부르지 않았다. 재료만 사서 어머니와 나 둘이 직접 설치했다. 서투른 부분도 있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렇게 우리 손으로 보일러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친구 집 보일러를 놓던 날

그 무렵, 가장 친한 친구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집에 보일러를 새로 놓아야 하는데 형편이 여의찮다고. 겨울이 다가오는데 방이 따뜻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것이 뻔한 일이었다.

"우리가 한번 직접 설치해 보자."

친구는 처음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성공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자 조금씩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우리는 곧바로 계획을 세웠다. 보일러 부품과 시멘트를 구입하고, 모래는 돈을 아끼기 위해 동네 하천에서 직접 퍼 오기로 했다.

휴일이 되자 친구들과 일찍 모여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보고 배운 것을 최대한 떠올리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구들장을 평평하게 놓고, 수평을 정확히 맞추고, 배관을 연결하는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방이 따뜻해졌을 때

보일러는 설치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시멘트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며칠을 기다린 후, 드디어 연탄을 넣어 가동했다. 불을 붙이고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혹시 우리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지만 방은 따뜻했다. 바닥을 만져보니 은은한 온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친구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친구 어머니께서는 우리 손을 꼭 잡으시며 눈물까지 글썽이셨다.

"네 덕분에 올겨울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서 고맙다."

그 말씀 한마디가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는지 모른다. 단순히 보일러를 설치해 준 것이 아니라, 한 가정에 따뜻함을 선물한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이 일은 곧 소문이 났다. "고등학생이 보일러를 놓아줬다"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입시 준비로 바빠서 다른 집까지 해드리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경험은 절대 잊히지 않았다.


그날이 평생의 교훈이 된 이유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 기술자처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심으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간절함,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만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퇴직 후 캠핑장을 운영하면서도 이 경험은 큰 힘이 되었다. 텐트를 치고, 전기 배선을 연결하고, 고장 난 시설을 고치는 일. 모두 낯선 일이었지만, 고등학교 시절 보일러를 놓던 그날의 용기가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그때를 떠올린다.

관찰하고, 배우고, 시도하면 된다.

그때 친구 집 방바닥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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