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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설계와 현장 기록

하는 것은 쉬운데 잘하기는 어렵다 — 정년퇴직 후 처음 만든 나무 탁자 이야기

 

정년퇴직 후 처음 만든 나무 탁자

정년퇴직 후 갑자기 '만능 수리공'이 되었습니다

30년 넘게 사무실에서 서류와 씨름하던 제가, 퇴직 후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캠핑장 관리가 생각보다 단순할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설물은 수시로 고장 나고, 크고 작은 보수 작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간단하겠지만, 인건비와 출장비를 생각하면 쉽사리 전화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제 손으로 직접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용접, 미장, 전기작업, 천막 설치, 기계수리였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해봤다'는 것만으로 만족했습니다

사무직 출신이 갑자기 용접기를 잡고, 미장 흙손을 들었습니다. 당연히 처음엔 어설펐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과거에 누군가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던 기억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희미한 기억들을 되살리며 한 가지씩 부딪혀 봤습니다.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할 수 있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용접 마감이 매끄럽지 않고, 미장 면이 고르지 않고, 전기 배선이 깔끔하지 않아도 — 일단 작동하면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그냥 쓸 수 있으면 됐지" 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저를 지배했습니다.


나무 탁자를 만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전환점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지인에게서 탁자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큰 나무를 얻게 되었고, 직접 목공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소박했습니다. "부끄럽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막상 나무를 다듬기 시작하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 번 더 사포질을 했고, 또 한 번 더 했습니다. 토치로 표면을 살짝 그슬려 나뭇결을 살려봤더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다시 다듬고, 다시 손질하다 보니 — 처음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탁자가 완성되었습니다.

캠핑장 한켠에 놓인 그 탁자를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따뜻해집니다. 제 손으로 만든 물건이 누군가에게 쓰임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의 거리

탁자를 만들고 나서 오래 전부터 느껴왔던 것이 비로소 말로 정리되었습니다.

하는 것은 쉽습니다. 잘하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용접도, 미장도, 전기작업도 — 유튜브 영상 몇 개 보고, 한두 번 해보면 어느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매끈하게, 단단하게, 보기 좋게 마무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이야기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인 것 같습니다.

목공에서 그 마음을 처음으로 제대로 내었고, 그 결과가 달랐습니다.


퇴직 후 배운 것들, 손보다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정년퇴직 후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배운 기술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크게 배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첫째, 완성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 것 자체가 성장입니다. "대충 쓸 만하면 돼"에서 "좀 더 잘 만들어보자"로 마음이 바뀌는 순간,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둘째, 잘하고 나면 뿌듯함도 크다는 것. 어설프게 끝낸 일은 볼 때마다 마음에 걸리지만, 공들여 마무리한 일은 볼 때마다 흐뭇합니다.

셋째, 나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장애물이 아닙니다. 예순이 넘어 처음 잡아본 용접기도, 처음 다뤄본 대패도 — 하다 보면 됩니다. 다만 잘하려면 조금 더 신경 쓰면 됩니다.


마치며 — 오늘도 캠핑장 한켠에는 그 탁자가 있습니다

지인에게 얻은 나무로 만든 탁자는 지금도 캠핑장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처음 목표대로라면 그냥 쓸 만한 탁자였겠지만, 욕심을 조금 더 부렸더니 제가 봐도 자랑스러운 물건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고쳐야 할 것들, 만들어야 할 것들이 캠핑장에는 넘칩니다. 이제는 "그냥 되면 된 거지"가 아니라, "좀 더 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하는 것은 쉽고, 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잘하고 나면 — 그 뿌듯함은 정말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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